“의지로 안 되는 거니?” “그래도 얼굴이 좀 좋아졌네” 같은 말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하는 모든 말을 일일이 검열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언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기에, 당사자가 왜곡해서 받아들이기 쉬운 몇 가지 발언과 관점은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의지”나 “(나아지려는) 동기”에 관한 언급, 혹은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만 사는데 너는 왜 못하니”라는 식의 토로는 당사자의 마음을 순식간에 닫아버립니다. 이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이런 말은 근본적으로 당사자를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아세우고,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한(incompetent) 존재로 격하시키기 때문입니다. 모든 말에는 힘과 방향이 있는데, 이런 식의 표현은 당사자에게 뼈저린 모욕감을 주는 역효과를 낼 뿐입니다.
한편, 체중과 식사에 대해 긍정적인 의도로 건넨 말조차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젠 좀 잘 먹네”, “얼굴이 훨씬 좋아졌다” 같은 반가운 인사에 당사자는 패닉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는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한달음에 다시 극도의 통제 모드로 복귀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언어는 평가나 조언이 아닌, 상태의 확인과 감정의 반영입니다. 판단을 배제하고 “나는 이렇게 보고 있다”는 형식으로 전달할 때 당사자의 방어 기제를 낮출 수 있습니다. 핵심은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자극하지 않는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