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섭식장애정보

‘완치’ 그리고 ‘병과 함께 살아가기’ 사이의 어딘가

섭식장애에서 ‘완치’되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 병은 깨끗이 낫는 병이 아니어서 평생을 병에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고도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걸까요?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증상을 완전히 털어내고 활발히 살아가게 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그러다가도 삶의 어떤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잊고 있던 증상을 다시 마주하는 사람도 있고, 증상이 깨끗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는 거의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도 있고, 그 중간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깜냥으로 지혜롭게, 때론 당황한 채로, 줄타기를 하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완치라는 것이 전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완치만을 목표로 삼아 버리면 회복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실수도 실패로 해석하게 되고, 그 해석이 오히려 재발 가능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기대치를 낮추라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나아가는 게 더 유리하니까요.

섭식장애로 오래 시달려온 이에게 정말 바라마지 않는 최소한의 ‘회복’은, 하루하루를 살면서 체중, 음식, 몸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더라도 금세 잊어버리고 삶의 진짜 주제에 다시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상태일 거예요. 가끔 순간순간 지금의 내 몸이 싫다고 느껴지더라도, 그 불쾌가 몇 초 만에 공포로 몸집을 키워 그를 삼켜버리진 않는 상태. 내 몸이 싫긴 하지만 지금 당장 책상 앞에 펼쳐놓은 숙제를 하고,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친구와의 대화에 다시 몰두할 수 있는 상태 말이에요. 내 몸이 좀 별로여도, 그렇다고 또 다시 끼니를 거르자고 생각하지는 않을 수 있는, 그런 무심하고 평온한 상태.

하지만 섭식장애는 스트레스, 환경 변화, 몸의 상태에 따라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그리고 그게 단순히 의지 부족 문제는 아니라는 것도요. ‘섭식장애는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병’이라고 누군가 말할 때, 섭식장애는 회복이 불가능한 병이라는 뜻이라고 오해하지 마세요. 그저 증상이 언제든 기회를 봐서 또 다시 떠오를 수 있으니 이 점을 잘 유념했다가 혹시 모를 순간 나를 더 유연하게 보호하면 된다는 따뜻한 주의사항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