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지 못하겠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저렇게 야위었는데도 가족과 함께 식사하진 않겠다니요. 우리 가족은 원래 많이 먹는 편도 아닙니다. 소화가 안 되는 것 같다면 반 그릇씩만이라도 먹으면 안 되는 걸까요? 혹은, 굶다가 한꺼번에 먹고 토하느니 예전처럼 평범하게 같이 식사하고, 조금씩 먹고 일상 생활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간단한 일을 거부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가족을 이렇게 괴롭히고 들쑤시다니, 그렇게 혼자 이기적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먹을 수 없는 건, 이 모든 불행과 절망과도 비교가 안 되는 무지막지한 공포 때문이에요. 먹지 못하는 아이는 지금 죽음의 공포 앞에 홀로 서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걸 보지 못하고, 아무도 그 공포를 몰라 주지요.
언제나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선 그의 개인적 선택, 판단, 욕망, 성격에서 원인을 찾지요. 하지만 내가 내린 결정에 관한 한,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너무 잘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말이죠.
그 숨은 까닭을 같이 고민해 주세요.